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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N이 생각하는 현실성 있는 개꿈

by Dabong 2022. 2. 9.

오늘 개꿈같은데 개꿈같지 않은 꿈을 꿨다.
어제 샤워 후 고재근에서 최양락으로 진화한 머리칼을 대역죄인마냥 말리고 있는데 호적메이트가 머리를 하고 온것이다. 매번 가던 미용실이 지겨워 오늘 처음가본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는데 나름 마음에 드니 너도 나중에 가보라며 영업을 하는게 아닌가.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마음에 든댔다. 어깨를 넘는 기장에 컷팅과 펌을 했는데 가격이 7만원.... 뭐? 나 단발 염색을 8만원 넘게 줬는데... 갑자기 머리한지 2주만에 사기당한걸 자각한 기분? 2주동안 머리 보면 자꾸 인상만 쓰게 되니 매번 묶고 다니다 머리 말리면서 현자타임 오지는데 사기당한 기분까지 드니 나는 도네...

원래 계획은 묶고 다니면서 한달정도 머리를 기른뒤 펌을 하던지 다시 다듬던지 하려고 했는데 당장이라도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밤이 너무 깊었네.... 그렇게 졸린 눈을 부비며 마음에 드는 단발컷 사진들을 수집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자매님의 추천 미용실로 달려갔다. 외관은 새하얀 아이보리 벽에 커다란 통창으로 흡사 편집샵인가 싶은 힙한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올리브색? 커튼이 있었는데 그 커튼을 걷자 짧고 멋드러진 수염과 정직한 동그라미 검정뿔태 안경을 쓴 머리털있는 홍석천 느낌의 미용실 원장님이 혼자서 일을 하고 계셨다. 내부는 밝고 힙한 외관에 비해 굉장히 어둡고 허름했다. 층고가 굉장히 높았는데 창문이 작았고, 조명이라고 할만한 것은 방송국이나 무대 백스테이에서 볼수있는 화장대 조명이 전부였다. 머리털 있는 홍석천을 닮은 미용실 원장님은 생각보다 목소리가 굉장히 중후하고 말투는 섬세했다. 나는 어제 저장한 단발 컷 사진을 보여주며 기장은 그대로 하고싶은데 스타일만 이렇게 컷팅해 달라고 했다. 원장은 한참을 유심히 내 머리를 보더니 전에 머리 어디서 했냐고 물어보셨다. 약간 당황했지만 집근처 가까운 미용실에서 잘랐고 자른지 얼마 안됐다고 했다. 그러자 불편해보이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그 미용사 별로다. 여기 목 뒤에 길이가 하나도 안 맞고 전제척으로 컷팅이 비대칭인데, 대칭을 좀 맞춰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잘라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괜시리 믿음이 갔다. 평소 이것저것 말 붙이는 적극적인 미용사가 불편했는데 남자라서 그런가 컷팅내내 한마디 말도 없이 머리만 잘라줘서 마음에 들었다. 기장은 그대로 살리고 다듬기만 하는것이라 그랬을까? 10분만에 컷팅을 다하고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거울을 보자 사진과 갓벽한 싱크로율의 단발이 완성되어 있었다. 주체 할수 없는 잇몸 개방을 마스크가 가려주어 다행이었다. 너무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자 뿌듯해하시면서 드라이기로 스타일링을 해주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원장님이 다듬기만 한거라 컷팅한것도 별로 없다며 그냥 가도 된다고 하는것이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세요? 원래 갔었던 미용실도 아니고 첫 방문인데 이렇게 장사하시면 어떡해요??? 그래도 이러시면 안된다고 카드를 들이밀자 손사례를 치며 괜찮다고 극구 사양을 하시는데 흡사 계모임 지인들 사이에 돈을 주겠다는 자와 안받겠다는 자의 창과 방패 싸움같았다. 현금도 없고 너무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데 예약손님인지 2~3명정도가 가계 안으로 들어왔다. 원장님은 손님왔으니 잘 가라며 나를 등떠밀고는 올리브색 커튼을 홱 닫아버렸다. 으아니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근처 atm기계에서 현금을 뽑아 가게에 주고 와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호적메이트 자매님을 만났고 자초지종 설명하자 자매님이 대뜸 아니 나는 돈받더니 왜 너한테는 돈을 안받는거냐고 세상 서운해하는 것이다. ??? 이 언니가 왜이래?? 그러더니 원장이 안 받겠다고 하는데 억지로 줄 필요가 뭐가 있냐며 그냥 집에나 가자고 했다. 언니야 아무리 그래도 마음이 영 찝찝한데 만원이라도 내고 올까? 하며 안절부절하는데 어딘선가 소리가 들림.....

♬ 띵띠딩띠디~ 띵띠딩띠디~♪
네... 위를 올려다보니 넘나 익숙한 천장이고요? 이제 당신은 현실로 돌아옵니다. 레드썬!

알람을 끄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 욕실로 가서 양치를 했다. 거울을 보니 헝클어진 최양락이 있었다.
하... 이렇게 생생하고 있을 법한 꿈은 또 오랜만이네 싶었다. 근데 글쓰다보니 개꿈이 확실하군. 꿈인줄 알았으면 공짜로 머리 잘랐다고 좋아라 했을텐데. 조만간 진짜로 그 미용실에 가봐야겠다. 설마 진짜 홍석천 닮은 원장님이 있진 않겠지...? mbti N의 망상은 현실에서도 계속된다... 일상생활 가능하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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