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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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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ong 2022. 2. 4.


1. 몇일전 옷에 묻은 얼룩을 손세탁했다. 어디서 묻었는지 모를 자그마한 얼룩들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는데 작아서 잘 안보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지우기를 미루고 있었다. 분명 눈에 띄지 않은 얼룩이었는데 막상 지우려고보니 너무 튀어보인다. 마음 먹고 앉아 지우려고 할수록 지워지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눈에 거슬릴뿐이다. 결국 얼룩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욱 그렇다. 묻은 얼룩은 최대한 묻자마자 빨리 지워야 한다. 하지만 이것때문에 옷을 버릴수도 없고... 나만 모른척하면 아무도 모를 얼룩인데 이미 묻은 얼룩을 없는셈 치고 입을수가 있을까?

2. 연휴날 한동안 심기가 불편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물론 뜸했던 연락이 왔다고 해서 지난날의 기분이 눈녹듯 사라지진 않았다. 옷에 묻은 얼룩처럼 여기 저기 묻어있는 상태로 이 친구와 관계유지를 하자니 현타가 오기도 했다. 친구는 그 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본인의 감정들도 털어놓으며 나에게도 말해보라 했지만 이미 지나간 옅어진 감정을 다시 끌어모아 털어놓자니 털어버릴것도 없었다. 그래 너는 그랬구나. 나는 이랬어. 문득 그 친구도 나처럼 지워지지않는 얼룩이 덕지덕지 있었지 않을까 싶다. 서로 눈에 안 띌거라 생각한 얼룩 옷을 입고 눈치게임이라도 하고 있던것 마냥...

3. 핸드폰에 저장해둔 여러 사진들이 있다. 최근 보고싶은 책들이 많아져서 이것저것 캡쳐해놓고 저장해둔 이미지들 때문에 용량 정리겸 하나하나 보고 있었는데 마음에 와닿던 글귀들을 모아둔 파일이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시의적절하게 눈에 들어오는 문구때문에 더이상 얼룩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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