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부터 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되었다. 굉장히 오래된 친구이고 그 만큼 추억도 많이 쌓여있는 사이이며 그 친구의 모든 역사를 다 기억하고 있다. 그녀도 나를 나만큼 생각하고 있는지 알수없다. 사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조금의 트러블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손절해버릴정도의 큰 트러블은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지는 꽤 됐었다. 실망?마상을 입고 내 무의식의 방에 저장된 순간의 기억들이 10년이 넘는 세월동안(최근에 하나가 더 추가) 총 5번정도는 되는것 같다.
그때마다 서로 이야기하고 풀고 넘기기를 2번 성인이 되고 유야무야 묻어두고 잊어버리며 지내기를 3번. 그 3번의 순간들이 응어리가 진 상태로 고히 남아있어서 일까? 그 친구는 나에게 어느 순간 오래되기만 한 상대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뭐라 딱 꼽지못할 결정적 이유는 없었기에 만나면 하하호호 유희의 친구로 지낼수 있었다. 서로 공유하는 관심사와 입맛도 비슷했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었고, 정치적 성향도 잘 맞았으며, 음지의 취미생활?까지 터 놓고 얘기할 정도로 그녀는 내게 딱 맞는 유희의 친구였다.
세월이 흘러 사회에 찌들고 모든게 무덤덤해진 탓에 이제 노는것도 지루해진 기분. 매번 하던얘기를 또하고 그다지 특별한 근황도 없고 그래서 굳이 만날 필요성도 못 느끼겠는. 친구사이에도 권태기라는게 오는것이다. 한때 친구를 피했던적이 있다. 나 혼자만 갖는 피해의식일수도 있고 실제로 내가 느끼는것 처럼 나를 대해왔을수도 있다. 관계가 수평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졌고 답답한 내 성격탓에 묻어두고 삭히는 일이 지겨워 그 친구를 일방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친구와 나의 온도차는 맞지 않았고 둘중 한명이 뜨거워지던지 차가워져야했다.
지금은 다르다. 애정이 식은만큼 쿨해졌고 그 친구도 더 이상 내가 우선순위의 범주에 들어가 있지 않은게 느껴진다. 이렇게 서서히 멀어진다면 10년이 넘는 관계가 서서히 정리될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것도 없고 기대가 없으니 애정도 없고 하지만 추억은 남아있으니 아련한 관계. 여기서 놓아버려야 할까 이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할까. 어렸을때처럼 그 친구가 먼저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면 못 이기는척 받아주며 지내왔던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이번에도 그 친구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것일까 이번에야말로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것일까.
답없는 고민에 빠져 생각만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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