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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작은성취

by Dabong 2023. 5. 30.

몇일 전 한 어르신이 종소세신고 고지서를 들고 어떻게 하는거냐며 물으셨다. 종이에 ars신고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길래 이대로 보고 따라하시면 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하는걸 봐달라고 하셨다. 내가 봤을땐 느낌상 행색이 못 배우신 분은 아니셔서(이런 말 조금 그렇지만..) 알려드리기만 하면 혼자서 충분히 하실 것 같았다. 전화를 일단 걸어 드리고 혹시 몰라 메모지랑 펜을 드렸다. 그러다 잠깐 볼일이 생겨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는데 어르신 분이 마지막 단계에서 뭔가 막히셨는지 나를 불렀다. 복잡한 단계는 이미 다 지났고 마무리 단계에서 확인 번호를 누른뒤 우물정자를 눌러야 되는데 누르지 않아서 끝을 못 내고 계셨다. 어르신께 안내전화를 끝까지 들어보고 번호를 눌러보시라 했더니 그제서야 아~ 하시면서 우물정자를 누르고 종소세 신고를 끝내셨다. 제가 없어도 혼자서 잘하시는데요?ㅎㅎ 라고 했더니 나이를 먹으면 괜히 두려워서 뭘 못한다고 손사레를 치시면서 자리를 뜨셨다. 내가 한거라곤 전화를 걸고, 안내전화를 들어보라고 한거 밖엔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잠깐 신분증을 봤는데 나이대가 딱 우리 부모님이셨다. 뭔가 해보려는 의지도 있고 능력도 없지 않은데 나이를 먹으니 자기확신이 점점 없어진다는게 괜히 서글퍼졌다. 비교할 게 못 되지만 나도 그런 기분이 뭔지는 알것 같아 안타까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작은 성취를 보고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내가 나를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르신보다도 한참 어린 내가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나도 나의 성취에 내가 어르신께 했던 것처럼 기다려주고 독려해준 뒤 웃으며 한마디 해줘야지.
잘 하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없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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