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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by Dabong 2023. 4. 13.

어제 더이상 가심비, 가성비를 충족할 타블렛 매물을 기다리고 있을수 만은 없어 중중고 매물이라도 선택하기로 했다. 좋은 스펙의 중고를 살수 없다면 가성비라도 맞추겠다며 조금이라도 더 싼 매물을 예약했는데 펜 끊김현상이 좀 있고 중중고인점 감안하고 어쩌구 저쩌구하는거다. 너무 새것의 고가제품은 애지중지하게 되고 그걸로 더 대단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할것같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작동만 잘되면 되는거 아닌가? 내가 뭔 우주를 만들것도 아니고... 쓰레기를 만들거야! 막 써벌여!!!' 직거래 자리에서 술술 훑어보곤 바로 계약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이제 온라인 수업듣고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켜고 타블렛을 연결하려 집었는데 전류가 흘러서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판타 바닥면에서 정전기마냥 스멀스멀 전기느낌이 나다가 마찰이 나면 손이 따끔할 정도로 전류가 느껴졌다. 그제서야 모서리쪽 한 곳이 벌어져 있는걸 발견했다. 근데 또 벌어진 쪽에서 전류가 느껴지냐. 그건 또 아니다. 판타 밑면은 어차피 바닥에 두고 그리니 만질 일도 없고, 집컴으로만 쓸거라 들고 나갈일도 없으니 이게 큰 문제가 되나?... 아...이게 바로 중고의 묘미인가 하며 눈물을 흘림. 블루투스 연결을 하려하니 이건 또 집에있는 똥컴이 정품이 아니라 업뎃을 못해 블투지원이 안됨.. 그리고 타블렛 펜심이 묘하게 돌아가서 한쪽 면만 닳음. 포샵도 정품이 아니라서 자꾸 무슨 영문창이 뜸. 바탕화면에 가부장의 주식아이콘과 각종 문서파일이 있음. 내가 앉아있는 바로 뒤에 티비보며 깔깔 웃는 집주인 아주머니와 트럼펫 솔로곡 연주급 방구를 껴대는 집주인 아저씨가 지나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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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되기만 하면 되지. 돈이 그래도 60%나 굳었자나!! 더 막 써벌여서 짱이 되자! 꼭 짱이되서 탈출해야지!!

근데 타블렛 박스는 생각보다 커서 보관할 곳도 없다. 어디 꽁가?둘데없나 보다보니 비좁은 집구석에 뭔놈에 짐이 이리도 많은지 숨이 턱턱 막힌다. 아무리 둘러봐도 저 김치냉장고 위에 쌓아둔 박스들 틈바구니밖에 없다... 나도 내 공간에서 미니멀한 개인컴으로 쾌적하게 공부하고 싶다. 방이 생기면 넓은 책상에 24인치 모니터, 서브 노트북, 아이패드, 키감 좋은 블투 키보드만 두고 아무것도 놓지 말아야지. 의자는 작가들이 많이쓰는 의자 브랜드를 사야지. 방에 가벽을 세워서 침대랑 작업 공간을 분리하고 조명은 하나만 두자!그리고.......

'뭐해?
그 상자 올리게? 거기 냉장고 위에 올려.'

순간 거실에서 미스터 트롯을 시청하던 김여사가 멍하니 냉장고 위를 바라보던 자녀를 향해 레드썬.
역시 혈육집단 속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숴...!

ㅇㅇ 안그래도 저기 올릴려고 했어. 의자를 질질 끌어 올라타 냉장고 탑층에 복합구조짐짝에 입주시킴. 현타가 여러차례 왔으나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되듯, 삶은 엉망진창일지라도 어떻게든 굴러가니 미싱은 잘도돌지 돌아가지~ 기분이 안좋으면 어쩔건데 이게 내가 귀여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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