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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슬픈 꿈을 꿨다

by Dabong 2023. 2. 8.

슬픈 꿈을 꿨다. 아이들 4~5명이 뭔가를 하고있었는데 아마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일에 차질이 생겼는지 기한없는 기다림에 지쳐 몇명의 아이들이 떼를 쓰고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고 신경질 부리는 아이들 중에 한 여자아이가 통곡을 하는것도 아니고, 오열을 하는것도 아니고 참다 못해 새어나오듯 흐느끼며 우는데 이 난리통에 그 아이만 유독 눈에 띄었다. 왜 그러냐고 묻자 거의 인생 2회차 산 사람마냥 약간의 체념과 서러움, 무기력함이 섞여나오듯 말했다.
"난 이제 지쳤어요. 기다림에 지쳤어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않아요. 기다리는게 너무 힘이 들어요."
이 말을 듣는데 반사적으로 땡벌이라고 말할뻔했으며 그 다음 늑대소년 철수가 떠올라 울컥하다가 갑분 이 아이에게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순간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여느 애들처럼 달래주면 터져나오듯 소리치며 울기 마련인데 되려 마른 눈물을 흘리다 이내 텅빈 눈동자가 되어 땅만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순이에 빙의되 이제 그만 기다리라고 그 아이를 대신해 내가 서럽게 울고 싶었다. 슬픈 기분으로 눈을 떴는데 시계를 보니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이다. 출근을 해야한다. 오늘 아침은 평소같은 귀찮음과 짜증으로 밍기적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평소의 감정은 정말 평소라서 일상생활에 금방 복귀가 되지만 오늘같은 아침은 애초에 평소같지 않아 복귀가 어렵다. 슬픔이란 감정을 충분히 소화시킬 여유도 없이 육신만이 먼저 욕실로 향했다. 진정한 비몽사몽이었다. 기계처럼 양치를 하다가 뒤늦게 욕실로 따라 들어온 영혼에 눈을 뜨고 거울을 보니 괜시리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운게 언제였더라? 너무 울지 않으면 무슨 이유이던 울어내기 위해 꿈속에서라도 꼭 울어줘야 하나보다. 그런데 하필 출근을 해야되서 울 수있는 기회가 묵살되었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더니 슬픔도, 울고싶은 기분도 싹 가시고 머리 속엔 오은영 선생님의 단호한 웃음짤만이 남아있었다. 슬픔이 웃픔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늘이 수요일이란 사실이 새삼스럽다. 오늘은 다듀의 도돌이표를 출근 송으로 들으며 이 웃픈기분을 유지한채 글을 써 보았고 쓰다보니 왠지 허기가 져 점심메뉴는 뭘로 할지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에 인간은 정말로 망각의 동물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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