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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0113

by Dabong 2023. 1. 13.

비가 쏟아진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원래도 비오는 습한 날이 싫었지만 겨울에 오는 비는 왠지 더 싫다. 여름 장마가 차라리 나을정도다.(나중에 이 말을 없애버리고 싶을지도) 그냥 비오는 날은 다 싫을뿐인데 왜 굳이 겨울비가 더 싫은지를 장마까지 들먹이며 강조할까 생각해보니 지금 내 기분이 우울해서 날씨 탓을 하고 싶은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정확히는 불안하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무려 30분전에! 어제 저녁엔 잠이 오질 않아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 보았고 나보다 늘상 늦게 자던 룸메자매가 먼저 잠에 들고나서야 시간을 확인했다. 곧 있음 내일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호통을 칠 후회의 마지노선 새벽 2시가 되가고 있었다. 눈이 말똥말똥했지만 어거지로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럴땐 나를 기계라 생각하고 강제 종료시킨다. 나는 죽는다. 죽어 없어진다. 갑작스런 사고사처럼 수면사하고 있다! 그렇게 잠에 들면 오히려 무의식의 사고체계가 꿈으로 발현되는 것일까?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재밌는 표현이 있는데 잠에서 깼을때 피곤한 이유가 꿈에서 너무 놀아서라던데 정말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 왜냐하면 어제 퇴근 후 꽤나 만족스런 혼밥을 하고 호기롭게 스터디카페로 갔고 3시간만 있다 비오기 전에 귀가하겠다는 계획이 무색할만큼 집중이 잘 되어 원래 가려던 시간보다 1시간 더 있다 집에 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집에 가려할때 잠시 비가 멈춘게 아닌가! 늦은 시간이었으나 기분좋은 귀가길이었다. 그렇게 나의 은신처 침대굴에 들어가 아늑한 시간을 보냈고 나를 강제종료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무의식의 나는 아쉬웠나보다. 어제 밤 꿈에선 앞서 얘기한 재밌는 표현을 만들어낸 작가분과 책 속의 한 챕터처럼 전화 인터뷰를 하며 평소엔 누구에게도 안 했을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그 작가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아 알고는 있었으나 내가 알지 못하는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았다. 모르는 이들이 서로를 알기 위해 배푸는 친절과 다정이 재밌고 따뜻해서 더 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어... 근데 지금 몇시죠? 라고 묻는 순간 눈을 뜨면 보이는 화장대 위 벽시계가 보이는 거다. 그것이 일어나기 30분전의 어두침침하고 굽굽한 비가 쏟아지는 오늘의 아침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피곤했고, 귀찮았고, 무미건조했으며, 약간의 체념과 알 수 없는 억울함으로 일어났다. 노예의 아침은 이런 것이지. 아무래도 나는 출근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나봐. 그렇게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그렇게 돈 벌수 있을까? 그렇게 벌면 오래도록 유지는 할 수 있을까? 아... 근데 내년 적금만기 전까지 9개월은 일해야하는데 여기 계약 끝나면 또 어떻게 돈 벌지.. 그렇다. 꼬여있는 불안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면 언제나 끝엔 돈이 있다. 우울이 오기 전의 전조기분으로 오랜만에 영원한 나의 단짝 돈 불안이 놀러왔다. 이 친구는 오지 말라고 하면 끈질기게 들러붙는 집착광공이라 언제부턴가 이 친구가 일방적 만남을 가지려하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것이었고 나는 이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정을 붙여보기위해 (싫으면 그냥 사랑해버리랬다고..)귀여운 닉네임을 붙여주려한다. 머니도니. 내가 머니도니를 기꺼이 환영해주면 머니도니도 잘 놀다간다며 새초롬히 떠나지 않을까? 이름을 붙여줬을 뿐인데 머니도니가 벌써 왔다 가버린 것 같다. 머니도니가 가버리자 허탈하게도 비가 그쳤다. 집에 갈땐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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