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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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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ong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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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생활하는 반경 내에 일이나 지인과의 연결고리 그 무엇도 없는 낮선이를 만난다는게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이 약속은 나를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고 가만히 있다가도 만날 생각을 하면 심장이 뛰었다. (역시 극 내향인짬바...) 갑작스런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약속이 취소된다면 을매나 좋을까 하면서도 빨리 이 골칫거리 만남을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두가지가 공존해서 예민해졌다. 안그래도 갑자기 날이 더워져서 정신이 아득한데 심장까지 입 밖으로 튀어나올것 같았다. 그렇게 신경성 장트라볼타는 먹은 것도 없으면서 화장실에서 살림살이 장만해버렸읍니다... 별거 아니고 그냥 1시간만 있다가 나오면 돼!! 살짝 정신 놓을 것 같으면 케이크라도 시켜먹자! 그래! 이건 낮선사람 만나는게 아니라 오랜만에 케잌먹으러 마실나가는거야! 하고 염불을 외웠더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약속 한시간 전까지 누워서 아 제발 약속 취소되라 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약속장소로 갔다. 가는 와중에도 마인드 컨트롤, 자기 세뇌를 미친듯이 했는데 그만 부작용이 생기고야 말았으니.. 너무 졸려버리는 것이다. (물론 졸진 않았다.) 빨리 집에 가서 불화자를 풀고 자유를 외치고 싶었다. 후다닥 자리를 파하고 집에 오자 긴장이 풀렸는지 두통이 몰려왔고 자정이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어 꿀잠을 잤다. 일어나니 뭐... 전날 있었던 일은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고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다. 몸 안에 독소가 쏙 빠진 너낌? 잠이 보약이네 디톡스가 따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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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와 방에 들어오니 미뤄뒀던 옷장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긴팔과 니트재질의 옷들을 보니 입지도 않았는데 몸에 온도가 확 올라가는듯했다. 이래서 엄마들이 더운날 머리 긴 사람보면 확 묶어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하는건가? 당장 저 긴 옷들을 치워버리지 않으면 혈압이 올라서 내가 뭔 일을 저지를지 알수 없었다. 옷 정리함에서 여름옷들을 꺼내고 그 자리에 간절기 옷들을 채워넣었는데 자리가 부족했다. 아.. 매번 옷정리를 할때마다 절대.. 다시는 옷을 사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을 사긴 샀었나 보다. 미니멀 라이프에 옷들은 사치라며 많이 버린다고 버렸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지름신이 들어와서 이 사단을 만들고야 만것이겠지... 이미 지나버린 동절기 옷들을 다 꺼내서 정리 할수도 없어 여름옷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곰팡이와 이염, 바래진 색, 줄어든 사이즈등등 안 입을 것 같은 옷을 추려서 여름 옷 몇개를 빼내자 조금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휴~ 남은 자리는 입었던 긴옷을 세탁해서 넣으면 되겠군! 옷정리 끝!! 그렇게 소소한 자기 효능감을 채우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옷장 문을 열었는데 왜 입을 옷이 없냐...? 작년 여름에 난 대체 뭘 입고 다녔던 걸까... 오늘은 집에 가기 전에 쇼핑몰을 들려봐야겠다. 아니 사겠다는게 아니고 요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다니나 궁금해서 그런거지 뭐.. 정말 그뿐이야....라고 저 멀리 지름신이 티져메시지를 전송하는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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