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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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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ong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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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를 지배하지 않기 위해 기분을 잘 살펴보려고 한다. 애써 감정을 무시하면 탈이 나거나 엉뚱한 상황에서 맞지않는 감정이 튀어나기에 '왜' 이런 기분이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없다면 잘 생기고 귀여운걸 보거나, 맛있는걸 먹거나, 몸을 움직여 기분전환 시킨다. 그렇게 자동으로 해소가 되는 것은 정말 별것 아닌 문제인데 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유가 있는것 같은데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기분 전환도 해봤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저녁을 먹어도 풀리지 않는 울적한 기분에 잠들기 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언제부터 이 기분이 시작되었나 시간을 역행하며 생각해보니 집에 가기 한 두시간 전부터였던 것 같았다. 그래. 나는 그때부터 갑갑하고 지루하고 불편했었다. 그리고 혼자있고 싶었다. 더 깊게 들어가보니 아주 먼 과거에 학창시절에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내가 왜 이런기분이 되었는지 어느정도는 의문이 풀렸다. 결국은 또 같은 문제였다. 난 도무지 조직생활이, 단체생활이 힘든 인간이구나. 그리고 이 시간의 끝이 아직도 당당 멀어서 지루했고, 또 끝나면 불안할까봐 걱정됐구나. 거기에 더운날씨까지 더해져 기분이 축축 쳐졌구나. 이유를 알고나니 결론은 어쩔수 없다는 것 뿐었다. 아직 끝이 오지 않았으니 버텨야 하고 끝난 후의 불안한 마음은 이전에도 있어왔던 불안이고 더운 날씨야 말로 정말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땐 마법의 주문을 외쳐야 한다. 아~ 이게 다 내가 귀여운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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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월에 혈육과 대만을 갔었다. 딱 그때가 코로롱이 창궐하여 한국에 밀입국?되기 한 달전. 이미 역병은 해외토픽으로 난리가 난 상태였고 같은 중화권나라여서 조심스러웠지만 이미 출국하기 2~3일 전이라 별일 있겠어 하고 갔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잘 한일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해외여행도 풀려서 여행간 사람들의 sns 피드들을 종종 보곤하는데 DJ구씨가 대만 연예인과 결혼한 걸로 문득 지금 대만은 어찌됐나 궁금해졌다. 예전에 대만여행 정보를 검색하면서 알게된 유투브 채널이 몇개 있는데 몇 명의 유투브는 역병창궐시기를 끝으로 업로드가 끊겼고 몇명은 아예 한국 브이로그로 바껴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유투버는 지금 현재 대만에 가서 공부 중으로 종종 타이베이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었다. 간지 2달정도 되어 그 동안의 영상들을 몰아서 보고 있었는데 3~4년 전 대만 여행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더운걸 너무 싫어해서 동남아여행은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대만은 무려 4번이나 갔다. (물론 최고로 더울시기를 피해서 갔지만 그래도 더웠다) 너무 낯선 곳은 싫고 그렇다고 너무 익숙하진 않으며, 너무 복잡하지 않고 한적하지만 적당히 도시적인 곳. 인도 차이나 반도에 있는 동남아보단 덜 덥고 그럼에도 더운지역 특유의 푸릇푸릇한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 대만 타이베이는 나에게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같은 조건이 충족되는 그런 곳이었다. 브이로그를 보는 내내 타이베이 랜선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라 좋았다. 키키레스토랑도 가고 싶고, 춘수당 우육면이랑 밀크티도 먹고, 단수이 오징어 튀김도 먹고 싶다. 융캉제 가서 찻잎도 사고 빙수도 먹고, 대만대 캠퍼스 구경하고, 중산역 카페에서 디저트 먹고 편집샵 구경가고, 유바이크타고 마트가서 군것질, 과일사서 숙소에서 먹고 싶다. 야시장가서 굴전이랑 소세지 먹고 편의점에서 물하나 사들고 밤산책 다니고 싶다. 관광지 같은데 가지도 않고 특별히 한것도 없는데 타이베이만 4번이나 갔네. 굳이 비행기 타고 멀리 안가도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대만이라서 재밌었다. 어찌보면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곳인데 계속 생각나는 묘한 곳이다. 언젠가 5번째로 갈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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