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반납해야할 책을 마저 다 읽었다. 앞전에 빌렸던 작가의 에세이가 술술 읽혀서 그 작가가 집필한 또 다른 책을 빌렸던 참이었다. 여러모로 이 작가분의 모녀관계에서 나와 엄마의 모습이 겹쳐보여 본의 아니게 미러링하며 읽게 된 챕터가 있다. 나는 작가분처럼 독립해 살고 있지도 않고 여전히 엄마가 활동하는 부엌이 있는 집에 살고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말처럼 나중에라도 엄마에게 사육당한 날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물론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감당안되지만... )요리를 잘한다는 재능은 결혼한 여자에겐 너무나 끔찍한 재능이다. 책에서 작가가 설명하는 어머니가 너무 우리 엄마같아서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나보다 먼저 산 작가의 깨달음에서 나의 미성숙함을 반성하게 됐다.
명절마다 친가 친지들의 엄마의 요리 솜씨에 대한 칭찬과 그 말에 대한 보답 인양 더 정성을 쏟는 엄마의 모습에 매년마다 짜증이 났다. 책에서처럼 여러명의 입발린 칭찬이 한 사람을 조종하려는 뻔한 인사치레 같아 너무 불쾌했고 비아냥거리고 싶기까지 했다. 그렇게 맛있으면 입만 나불대지 말고 배워보던가 처 먹었으면 설거지나 뒷정리라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돈이라도 내세요~ 하고 말이다. 요리 잘하는 며느리, 안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한 여성의 노동력을 무상착취하는 명절이 해마다 2번이나 있는 건 너무나 끔찍하다. 그리고 더 최악은 요리 잘하는 엄마의 딸이라는 되물림을 얻기도 한다는 거다. 나는 엄마가 요리를 잘하는 게 싫다. 계속 부엌에서 복작거리며 냄비에서 음식이 자라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당안되는 양을 끙끙대며 만들어 내는 걸 보는게 싫다. 그리고 더 맛있게, 잘 만들려 애쓰는 것도 싫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요리에 집착하며 매번 끼니에 대한 여부를 묻고 걱정하는 모습도 싫다. 그리고 그렇게 사육당해지고 있는 내 꼴을 보게되는 것도 싫다. 이 모든게 싫으면 그냥 집을 나가면 그만이겠지만 문제는 엄마가 요리에 진심인건 분명하다는 거다.
솔직히 요리를 못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엄마를 보면 요리를 안하고 싶고 안먹고 싶다. 요리라는 행위가 주는 풍요로움이 뭔지 알기 때문에 엄마가 왜 요리를 하는지도 알지만 뭐랄까... 본인의 만족을 넘어서 희생되는 느낌이 조금은 불편하달까?... 나도 엄마처럼 누군가의 끼니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고 안부를 묻게될까?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사람을 위해 더 부저런할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 너무 낮설다. 문득 다른이의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를 보게되어 괜시리 눈물이 나는 이상한 경험을 해버렸다. 하지만 안 먹으면 저만 손해지 하는 엄마들의 요리부심은 다 똑같을듯.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