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친구에게 책한권을 추천 받았다.
제목부터 넘나 맘에 들어벌여... 명랑한 은둔자라니 내 자서전인가?
끼리끼리 사이언스의 결과물인 또 다른 집순이 친구는 키득키득거리며 책 사진을 캡쳐해 보내주었고 나는 꼭 보겠다하였지만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읽게되었다.
저자 이즈 캐럴라인 냅. 네...외국인이고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목으로 이미 마음이 통해버렸기 때문에 아는 사람으로 치고 싶읍니다. 저자 소개글을 보니 이미 2002년 마흔 둘의 젊은 나이로 고인이 되셨다. 생전 그녀의 사진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결기있고 당당한 위엄이 느껴진다. 마지막 문단처럼 만난적은 없지만 오래도록 이어온 듯한 우정같은 끌림이 있다. 아무래도 나처럼 이런 끌림에 책을 보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혼자로서의 짧은 삶을 살았던 여성의 다양한 인생 경험들이 회고록의 형태로 쓰여진 에세이다. 그녀가 그녀와 같은 이들에게 나는 이랬는데 너도 그래? 하고 물어봐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에게 암묵적인 조언과 응원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런 책이다.
사실 나는 외국서적은 잘 읽지 못하는 이상한 병이 있다. 외국식 문장의 표현이나 정서같은 것들이 찐 한국인인 나에겐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는 설명이 지루해져 겉도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일반화의 오류일 순있는데 적어도 내가 읽은 외국서적들은 그랬다. 그래서 도무지 집중이 안되 완독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완독한 외국서적이다.
책을 읽기도 전에 너무나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시작해서였을까? 저자가 나와 같은 사람일거라 확신하고 봤지만 사실 다른점도 참 많아서 공감이 확 됐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은 흥미롭고 두려웠으며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하며 안타까워했다. 마치 친구가 주절주절 자기얘기를 늘어놓는 걸 들어주는 사람이 된것 같아 답답해 하면서도 재밌었다. 저자가 살아낸 삶에서 불완전한 자아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성장의 경험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되어야 하는 숙명같은 것이라고 느껴졌다. 아... 정말이지 성장은 끝이없구먼... 치아나 다시 자랐으면!
특히 그녀가 깨달은 고독과 고립의 개념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나도 혼자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것이 고독인지 고립인지에 대해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라도 내가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낫기위함인지 숨기 위함인지, 평화롭고 고요한지, 두렵고 멍하게 빠져있는지를 잘 살펴봐야겠다.
이 책에 강한 끌림이 느껴진다면 당신도 이미 명랑한 은둔자인 것. 이것을 집순이들의 필독서로 강추하고 싶다!!
P.S
어제 블로그에 날이 점점 더워지는 것. 봄이 오는게 싫다는 기록을 하고 책을 마저 읽으려 펼쳤는데 이런 챕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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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이 싫다' 가 궁서체로 보이는 건 기분탓이겠지?
내가 읽은 챕터 중에 가장 공감가고 가장 재밌었다. 봄에 우울증을 겪는것과 여름이 싫은 이유, 그리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 '기쁨 능력치가 부족한 아웃사이더'라는 자책들이 너무나 주옥같아서 여름이 왜 싫냐고 묻는 사람들이게 이 챕터를 복사해서 나눠주고 싶은 심정. 마지막 문장도 너무나 유쾌해서 빵 터졌다.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신이 영화관을 발명하셨다니!!! 존나 여름에 영화관 가고 싶게 만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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