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날은 흐리고 습도는 높아 추운데 춥지않은 꿉꿉하고 끈적한 하루의 시작. 어제부터 내린 비는 오늘도 내릴듯 말듯 어두컴컴하다. 나는 비오는 날이 너무 싫다. 기분이 울적해지기도 하고 불쾌지수도 높아져서 짜증과 우울이 섞이는 끔찍한 혼종이 되는 기분이다. 그런이유로 오늘 같은 날은 뭐든지 날씨탓을 하게 되는 그런 날이다.
sns는 안하지만 안하기엔 21세기에 소셜네트워크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습득의 통로다. 정보습득의 통로로만 이용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어야 하는 기능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가보다. (내 손가락의 문제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단절된 대학동기의 계정을 들어갔다. 어릴적 나의 미성숙함과 자격지심, 열등감 등등 그녀의 존재는 나의 자아를 자해하게 하는 존재였다. 나는 그 동안 묵혀진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다친이유, 다친경로, 다친정도를 천천히 들여다 보고 빨리 낫는것에 집중했었다. 그렇게 몇 년간의 진단과 처방을 반복한 끝에 지금은 옅은 상처자국 정도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녀의 계정은 원래 sns의 목적인 정보의 기능으로 맛집이나 핫플레이스 검색에 사용되거나 점점 잊쳐져 갔다. 그 후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 본게 바로 오늘 아침이다.
오랜만에 들어간 피드에는 학교때부터 10년 넘게 사귄 남친과 드디어 결혼을 하는지 웨딩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그때 당시 인사정도만 했던 동생도 결혼을 한 모양이었다. 보면서 드는 생각은 1. 사진 잘 찍었네 2. 얼굴이 학교때랑 똑같구나 3. 역시 돈이 좋네 결혼식이 화려하군 4. 또 이렇게 한명이 가는구나. -였다. 계정을 보는 잠깐의 시간동안 나에게 놀랐던건 생각보다 감정이 동요되지 않았으나 동요되었다는 점이다. 상처는 치유되도 상처가 완벽히 없어지진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도 동요된 감정과 함께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원래라면 청춘시대의 대사처럼 내 질투에선 썩은 냄새가 날 예정이었겠지만 그 질투를 부정하진 않는다. 원래 질투는 썩은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사실 부러운건 부러운거니까. 그런데 부러운 것에서 멈추고 썩은 냄새가 나는 질투를 더 이상 손에 쥐고 있지 않게 된 나를 발견했다. 나는 손을 툭툭 털고 다시 생각했다. 그래. 나는 이미 일반적 궤도의 삶을 벗어나 이렇게 계속 살아갈지도 몰라. 그리고 내 궤도가 어디 쯤에 머무르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모르는게 당연하고 모르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 이런 불투명함을 인정하기로 했고 결정되지 않은 것들 속에서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나는 이런 나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또 어딘가에서 불쑥 썩은 질투가 올라와 내 자아를 해집어 놓고 상처에 재를 뿌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칠수 있다는 걸 알기때문에 덜 다칠 수 있다. 계속해서 다칠 일들이 생기겠지만 생각보다 덜 다쳤네? 하며 광할한 우주의 궤도를 둥둥떠다니는 우주 먼지가 되겠다. 오늘은 꿀꿀한 날씨 탓을 하며 뜨끈한 국물요리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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