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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재능의 본질

by Dabong 2022. 9. 16.

어제 커뮤에서 뒷통수 한대 맞는 글을 봤다.
요즘 웹소설이 흥해서 글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위 예비 글작가들이 모여 정보공유도 하고 고민도 나누는 게시판이 있다. 그리고 최근 게시글 중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쓸지, 어떤 소재로 쓸지, 얼마나 쓸지 그런걸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에 무조건 그냥 쓰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재지 말고 양으로 승부보면 질은 올라가게 되있고 쓰다보면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니 제발 써보고나 고민하라는 뼈 때리는 말이었다. 그런데 내가 느낀 진짜 팩폭은 한 댓글에서 였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쓰고 싶은게 있으니 당연히 자동으로 쓰는건데 어떤 걸 써야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거다. 그리고 그 밑에 뭘 써야 될지 정말로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대댓글을 남겼다. 아마 첫 댓글을 쓴 사람은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 쓰는걸 좋아하고 글이 쓰고 싶으니까 그냥 쓰는 것에서 출발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고 싶은 행위 뒤에 그 행위의 이름이 붙는다. 그것이 업이 되면 직업이겠지. 그런데 업을 정하고 거기에 맞추니 뭘 해야 할지 모르는거고 업으로 삼기 위한 방법에만 열광하는 것이며, 뭘 써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출발점이 잘못된 것일 지도...

뭔가 순서가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후자의 사람들이 글에 관심조차 없고 글알못들이냐. 그건 아닐거다
. 모르긴 몰라도 본인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도 잘한다는 얘길 들어본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정도의 차이 일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쓰고 싶은게 없을 수가 있어?' 라며 묻는 사람은 이미 그들과 시작점부터가 다른, 그들보다 조금은 앞 서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명백히 알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남들에게 묻지 않아도 아는 것. 재능이 능숙하고 잘하는 것 뿐 만아니라 원래부터 타고 태어난 것이라면, 이것 또한 재능이다.

나는 언젠가 부터 재능을 믿지 않게 됐다. 진짜 재능은 능력치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알려주지 않아도 아는 것) + 그 마음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이걸 연애나 사랑에 적용하면 이해가 쉽다. 좋아할 대상을 정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좋아하니까 좋아진거고 그게 그 사람인건데 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다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별로 였던 사람도 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계속 좋아하기로 한다던가, 좋아하는 마음이 다른 이에게 향하기도 한다. 뭔가를 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서 금사빠가 있는가 하면, 매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서 고민하는 사이 마음이 식기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꾸준히 사귀고 헤어지고가 능숙한 사람은 연애에 재능이 있다고 할수 있겠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좋아할 것이냐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재능이 있는지는 그것을 해봐야 알 수 있다. 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재능이고 나발이고 그냥 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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