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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관찰일지

인에이블러는 나의 가까이에 있다.

by Dabong 2021. 9. 3.




tvn story 라는 채널에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연히 보게된 에피스드인데 뒷통수를 한대 맞은듯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껏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어도 인에이블러는 정말 생소한 단어였다.
처음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들었을때 낮설었지만 그 뜻을 알게 되면
이제껏 모호했던 그 께름칙한 감정의 근원지가 하나의 단어로 정의내려진 속 시원함이 있었는데
인에이블러 또한 그랬다.
많이들 알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인에이블러는 닮은 듯 다른점이 있다.

14회에서 방영된 주제는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라는 책을 바탕으로
심리학과 김태경교수가 인에이블러에 대한 설명과 사례 그리고 본인의 경험까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신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내가 인에이블러인지 아닌지 자가진단을 해볼수 있는 문구가 나온다


억제하지 못할때면
나는
네 신발을 집어주고
네 배낭을 져 나르고
네 교통위반 벌금을 납부하고
네 상사에게 거짓말로 핑계대고
네 숙제를 해주고
네 앞길에서 동멩이를 치우고
"내가 직접 했어!" 라고
말하는 기쁨을 네게서 뺏겠지.



이게 무슨말일까?

상대가 해내야 될 몫을 내가 대신 해줌으로써 상대가 얻어야할 성취감, 실패와 좌절 등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뺏어내는것.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도둑질하는 방해자라고 볼수 있다.




상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대신해주는 인에이블러에게 의존하게 되고 인에이블러 없이는 살아갈수 없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다는 말처럼 건강한 상호보완적 관계가 아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생하며 살아가는 의존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에이블러는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터와 인에이블러는 무엇이 다를까?

인에이블러는 헌신의 탈을 쓴 가스라이터와 흡사해 보이지만 엄염히 다르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을 교묘하게 조종해 현실감각을 잃게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제하고 착취한다.
하지만
인에이블러는 통제하고 착취하려는 나쁜 의도가 없다. 인에이블러는 관계에 집착한다.
상대에게 버려질것 같은 두려움때문에 상대에게 헌신하고 희생한다.
그리고
그 헌신과 희생으로 제 3자의 눈에 저 사람 꽤 괜찮은, 좋은, 쓸모있고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며
본인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한다.

상대를 위해서 했다는 인에이블러의 행동이 상대를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의존자로 망치게 만든다는 것,
그런 사람이 되게끔 조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를 조종하지만 인에이블러는 상대를 조장한다는게 큰 차이점이다.






강연자 김태경교수가 본인의 경험담을 말해주길
가족들과 식사자리에서 생선을 발라 가족들의 수저에 올려주며 뿌듯해하고 있는데 남편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하길.

생선을 '내가' 먹고 싶을때 '내가' 먹으면 안될까?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경험담에서 갑자기 우리 엄빠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실제로 아빠가 내가 발라달라고도 안했는데 생선을 발라서 올려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저 남편분 처럼 내가 먹고 싶을때 내가 먹는다고 해도 번번히 무시하며
먹어보라고 수저에 올려준다.



인에이블러와 의존자는 하나의 세트로 주변의 관계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라는 책은 인에이블러였던 저자의 자기고백, 자아성찰의 내용을 담고있다.
가족, 부모 혹은 연인사이에서 한쪽만이 일방적 희생을 하고 있진 않은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에게 의존하려고만 하지는 않은지 서로의 역할갈등을 점검하기위해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인에이블러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이에게서 손을 떼는 것을 시작으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강연을 먼저 보고 이제서야 책을 보고 있어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책이 생각보다 두껍지 않고 잘 읽힌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는데 일반책과 큰 글자 책 이렇게 두가지 버전으로 출판되있고 내가 빌린건 큰글자 책이라 A4종이 크기만하다. 글자가 커서 잘 보이니 좋다!! 나이먹으니 노안이 왔나봉가...
책 후반부에 인에이블러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계별 훈련 가이드도 있으니
본인이 인에이블러라 생각된다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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